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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들고 있던 젤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젤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별이 젤리를 먹지 않은 이유는 공룡이 젤리를 권할 때의 표정이 왠지 싸해서인지도 모른다.

 

거부하는 순간 1교시의 시작종이 울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오는 선생님을 보며 자도 되겠다고 생각한 각별은 그대로 엎드려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라도 풀리는 피곤에 각별은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수업 시작 후 20분 정도 지났을 즈음 공룡은 각별을 작은 소리로 불렀다. 고개를 돌리기 귀찮은 각별은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공룡은 각별이 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의 귀에 소곤거렸다.

 

“이상하다. 완벽했을 텐데, 어떻게 알았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진짜야, 내가 진짜라고.”

 

“내가 진짜야.”

 

공룡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바른 자세로 앉으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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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예로부터 전해져온 괴담 같은 것들이 있다.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이 다르다거나, 움직이는 과학실의 인체모형, 아무도 없는 음악실의 피아노가 저절로 연주된다는 흔한 괴담. 또는 학교마다 예전부터 전해져오는 특별한 괴담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 공룡과 각별은 부 활동을 위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괴담들을 체험하러 왔다.

 

늦은 밤 10시, 미리 경비원분들에게 양해를 구한 공룡과 각별은 학교 복도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며 공룡은 미리 여러 가지 전해져오던 괴담과 이 학교에서만 내려오는 괴담을 적은 수첩을 꺼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각별은 수업 시간에 나랑 같이 잠만 자지 않았냐며, 도대체 언제 다 적었냐며 물었다. 공룡은 그 말에 그건 1교시만이었다며 후드를 푹 눌러쓰고서 첫 번째 장소인 강당으로 향했다. 각별은 먼저 가는 공룡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준비한 손전등을 켠 후에 따라갔다.

 

강당에 뭐 관련된 괴담이라도 있어?

 

아니, 마지막 교시에 두고 온 물병 챙기러 가는데?

 

그 말에 각별이 한숨을 쉬었다. 공룡은 장난이라며 자신들이 지금 해보려는 강당 괴담을 말했다.

 

우리 학교에만 있는 강당 괴담에 늦은 밤 청소 도구함 옆 잠겨있는 캐비닛 앞에서 정확히 7번 두드리고 난 후 못 찾겠다 꾀꼬리라고 하면 캐비닛이 끼익 하고 열리며 귀신이 나 여기 있어라며 나타난다더라

 

설명충이네

 

공룡은 그 말에 온갖 욕을 하는 눈빛으로 각별을 바라보며 잘 찍기나 하라며 캐비닛 앞에 섰다. 두드리기에 앞서 심호흡을 한 공룡은 금방이라도 두드릴 것 같은 자세로 캐비닛 앞에 서서 식은땀을 흘렸다.

 

굳이 내가 쳐야 해?

 

오천원.

 

내가 칠게. 라며 공룡은 눈을 감고서 캐비닛을 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7번까지 반복 후 괴담이 진짜일까 봐 귀신같은 걸 잘 믿는 공룡은 한숨을 쉬고 난 후, 귀까지 막으면서 못 찾겠다 꾀꼬리! 라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이후 아무 일도 없자 공룡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닦고서 수첩에 [해당 사항 X]라고 적었다. 적은 후 다음 괴담을 확인하자마자 각별이 말을 걸었다.

 

괜찮냐?

 

응? 나 진짜 개멀쩡한데? 나 롯XX드 귀신의 집에서도 비명 한 번 안 지르고 나온 사람이야~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해라 야. 뭐... 개다리춤이라도 추냐?

 

준비 운동이야 준비 운동. 날 뭐로 보는 거야?

 

각별은 준비 운동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하라며 다음은 무슨 괴담이냐며 물었다. 공룡은 가서 말해줄 것이라며 보건실이 있는 복도로 향했다.

 

보건실에도 괴담이 있냐?

 

아니?

 

그럼 왜 왔는데

 

보건실은 아니고 보건실 앞 초상화가 움직인다던데?

 

각별은 그 말에 그게 그거 아니냐며 찌푸린 눈으로 공룡을 바라보았다. 공룡은 보건실과 보건실 앞 복도는 다른 거라며 휘파람을 불었다.

 

 

자, 봤던 대로 여기 얼굴 부분을 손바닥으로 10초만 가린 후 손을 떼면 표정이 바뀐대

 

마법의 손이야 뭐야

 

1 2 3… 9... 10 됐다

 

바뀔 일이 없다는 걸 이미 오전에 미리 해본 공룡은 웃으며 별로 안 무섭지 않았냐며 각별에게 다가갔다. 각별은 무섭겠냐며 조금 떨리는 손으로  영상 녹화를 종료했다.

공룡은 콧노래를 부르며 아까와 마찬가지로 [ 해당 사항 X ]로 적고서 다음 괴담을 확인했다.

 

계단 괴담은 굳이 안 해도 되지?

 

올라가기 귀찮으니까 패스해

 

나도 올라가기 귀찮으니까 패스 패스

 

공룡이 계단 괴담이 적힌 칸을 펜으로 직직 그으면서 다음 괴담 내용을 확인했다. 과학실, 미술실, 4층 복도, 컴퓨터실 등등. 공룡은 제일 가까운 미술실을 표시하고서 어느새 앉아있는 각별에게 다음 목적지를 말했다.

 

각별은 미술실이라면 잠겨있지 않겠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공룡이 이미 준비해왔다며 자신을 끌고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아. 라며 수첩을 떨어뜨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쓸은 그는 떨어진 수첩을 다시 주워서 펜으로 미술실, 과학실, 컴퓨터실 등등의 괴담을 두 줄로 찍찍 그었다.

 

...끝났네

 

어? 끝이라고? 아쉽네

 

웃는 거 다 보인다

 

공룡은 손에 들고 있던 수첩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공룡은 각별을 부르며 학교의 정문으로 향했다. 각별도 핸드폰의 카메라를 끄고서 공룡에게로 다가갔다. 공룡과 각별은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잡담을 나누었다.

 

집 방향이 같은 공룡과 각별은 학교에서 나와 운동장에서도 서로 떠들며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손전등을 켜고 순찰을 하려 준비하던 수위분이 계셨다. 각별은 대충 인사하고 가려던 도중, 수위가 각별의 손목을 잡았다.

 

얘, 학교에서 뭐했니? 아니, 그 전에 왜 들어왔니?

 

각별은 그 말에 당연히 아까 들어올 때 분명 신문부의 소재를 직접 촬영하기 위해서 들어왔고 들어오기 전에 분명 말씀드렸지 않냐고 되물었다.

 

수위는 그 말에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혹시 학교에 무슨 이상한 짓을 한 게 아니냐며 팔짱을 낀 채 이미 각별이 무슨 사고를 쳤을 거라는 확신을 하고서 말했다.

 

각별은 억울한 나머지 옆에 있는 공룡에게 뭐라도 말 좀 해보라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 자리에는 있어야할 공룡이 보이지 않았고 수위는 혼자 뭐하는 거냐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기, 수위 아저씨 옆에 있던 공룡, 아니 그니까 학생 하나 못 봤어요?

 

학생이든 벌레든 뭐든 못 봤는데, 현관에서부터 혼자 걸어왔지 않니?

 

...네?

 

그 말과 동시에 각별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공룡이었다.

 

“야, 야. 너, 너 어디냐?”

 

“나 지금 집에서 넷X릭스 보면서 포X칩 먹는데?”

 

“뭐? 그게 무슨, 너 아까까지 나랑 같이 있었잖아 뭔 개소리야”

 

“뭐래 나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넷X릭스 정주행 하고 있었음”

 

“야, 너 나랑 부 활동으로 오늘 학교에서 괴담 촬영했잖아”

 

“그거 오늘이었냐? 까먹고 그냥 집 왔는데... 걍 월요일에 해, 끊는다?”

 

그 말과 동시에 공룡과의 전화가 뚝-하고 끊겨버렸다.

 

수위는 전화가 끊긴 후의 앞의 학생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 후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 믿고 보내줄 테니 어서 가라며 등을 토닥였다. 각별은 알겠습니다. 라며 급하게 집으로 뛰어갔다.

 

집으로 달리던 각별은 잠시 천천히 걸으며 무언가 생각난 게 있는 건지 급히 핸드폰을 꺼내 갤러리로 들어갔다. 최근 목록으로 들어간 그는 오늘 찍었던 동영상을 재생했다.

 

동영상을 재생한 각별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고 있는 공룡과 열리지 않았던 캐비닛이 열리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캐비닛에서는 상당히 마른 소녀가 문을 열고 나오는 부분은 불빛 한 점 없는 거리를 걷는 각별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고도 남았다.

 

각별은 더 이상은 확인할 용기가 없는지 핸드폰의 전원을 끄고 집으로 달렸다.

 

 

다음날 각별은 평소보다 더욱더 짙어진 다크서클을 달고 아침 일찍 등교했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해 들어온 공룡은 각별의 더욱 짙어진 다크서클을 보고서 곧 있으면 판다가 되는 게 아니냐며 1교시 과목 책과 간단하게 먹을 젤리를 꺼냈다.

 

너 금요일에 야자 끝나고 그 후에 진짜 학교 안왔냐?

 

나 그때 넷X릭스 보면서 뭐더라? 그냥 과자 먹었다니까?

 

각별은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그 때의 일을 떠올렸다. 곧이어 각별은 갤러리를 열며 공룡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후, 공룡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아니 그 귀신이 나올 때에는 깜짝 놀란 듯 젤리 봉지가 조금 구겨지는 소리가 났지만 어쨌든 그저 그랬다.

 

공룡은 영상을 다 보고 나서 조용히 젤리를 먹었다. 각별은 이 외에도 찍었던 동영상을 보여주려 했으나 눈을 찌푸린 공룡을 보고 각별은 손을 멈췄다. 각별이 손을 멈추자 공룡의 찌푸려진 얼굴은 금세 돌아왔다. 찌푸린 적이 없다는 듯이, 영상을 전혀 본 적이 없었다는 듯이 젤리를 먹으며 공룡은 각별에게 젤리를 먹을 거냐고 물었다. 당연히 각별은 거부했다.

 

 

 

 

 

 

 

 

 

 

 

 

 

 

 

 

 

 

 

 

 

 

 

 

 

 

 

 

 

 

 

 


​괴담

W.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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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정펭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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